Phonetics

다른 발화 속도의 또렷한 음성과 대화체로 발화한 영어문장 인지

이서배 1 , *
So Pae Yi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Department of Defense Education Activity, Humphreys West Elementary School
*Corresponding Author : sopaeyi@pusan.ac.kr

ⓒ Copyright 2018 Korean Society of Speech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y 18, 2018 ; Revised: Jun 08, 2018 ; Accepted: Jun 12, 2018

Published Online: Jun 30, 2018

ABSTRACT

Korean students with much exposure to the relatively slow and clear speech used in most English classes in Korea can be expected to have difficulty understanding the casual style that is common in the everyday speech of English speakers. This research attempted to investigate an effective way to utilize casual speech in English education, by exploring the way different speech styles (clear vs. casual) affect Korean learners’ comprehension of spoken English. Twenty Korean university students and two native speakers of English participated in a listening session. The English utterances were produced in different speech styles (clear slow, casual slow, clear fast, and casual fast). The Korean students were divided into two groups by English proficiency level. The results showed that the Korean students achieved 69.4% comprehension accuracy, while the native speakers of English demonstrated almost perfect results. The Korean students (especially the low-proficiency group) had more problems perceiving function words than they did perceiving content words. Responding to the different speech styles, the high-proficiency group had more difficulty listening to utterances with phonological variation than they did listening to utterances produced at a faster speed. The low-proficiency group, however, struggled with utterances produced at a faster speed more than they did with utterances with phonological variation. The pedagogical implications of the results are discussed in the concluding section.

Keywords: clear speech; casual speech; English listening; speed; speech perception

1. 서론

또렷한 스타일(clear style)과 대화체(casual style)로 발화(양병곤, 2017)한 영어 문장을 음향적으로 분석해 비교하면 강도의 차이(Picheny et al., 1986; Picheny et al., 1989), 발화 속도의 차이(Picheny et al., 1986; Picheny et al., 1989), 휴지의 갯수와 길이 차이(Picheny et al., 1986; Picheny et al., 1989), 억양의 차이(Bradlow et al., 2003; Hazan et al., 2010) 장기 RMS 스펙트럼의 차이(Hazan et al., 2010; Krause et al. 2004; Picheny et al., 1986) 모음의 길이와 모음 공간(vowel space)의 차이(Bradlow et al., 2003; Ferguson et al., 2002; Hazan et al., 2010; Picheny et al., 1986) 등이 나타난다. 또한 음성학적인 관점에서 재음절화, 탄설음화, 축약, 탈락 등의 연음(linked speech) 현상과 목표음 미달(undershoot)과 같은 현상들의 유무가 관찰되기도 한다. 영어 교육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또렷한 스타일의 영어 발화자료에 익숙한 영어 학습자들이 영어 원어민들의 자연스런 대화체 발화를 접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런 속도로 발화되는 원어민 발음을 듣기 교육에 많이 이용하자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자연스런 원어민의 발화를 어떻게 듣기 교육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나타난 연구들 중 영어 발화 속도가 듣기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최인철, 2010)는 영어 발화 속도가 특히 영어 능숙도(English proficiency)가 떨어지는 그룹의 듣기와 청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김은지 & 양병곤, 2004)는 영어 발화에 소음을 첨가하고 발화 속도를 변환하며 듣기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 참가한 한국인 대학생들은 듣기 평가 결과 각 문장당 65%의 정확도로 맞추었는데 원어민들은 모든 조건에서 거의 완벽한 점수로 듣기 평가를 수행했다. 이 실험에서 한국인 피험자들은 여러 조건에서 내용어보다는 기능어 듣기를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영어 능숙도가 떨어지는 그룹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이상의 두 연구들은 또렷한 스타일의 발화(TEPS, TOEIC의 녹음 음성)를 가지고 음성신호처리 기술로 발음 속도를 조절하여 실험하였으므로 자연스런 대화체 발음에 나타나는 음운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연음의 지각에 대한 연구(황선이 외, 2006)의 경우도 자연스런 발음에 나타나는 음운 현상들 중 연음에 국한해서 분석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 연구는 한국인 학습자들을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는데 두 그룹 다 또렷한 음성의 문장보다는 연음이 들어간 문장을 어려워했고 특히, 하위 그룹이 더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토익 듣기 성적과 연음된 문장의 듣기 점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큰 것을 보여 주었다.

기존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발화 속도와 연음은 한국인 학습자들의 영어 듣기 향상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영어 원어민이 또렷한 스타일과 대화체로 발화한 문장 둘 다를 대상으로 신호처리 과정을 이용하여 음성 발화 속도를 조절하여 연음을 비롯한 음운 현상들의 차이와 발화 속도의 차이가 영어 듣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즉, 영어 원어민의 대화체 발화와 또렷한 발화 둘 다를 발화 속도 조절에 포함시킴으로써 대화체 발화와 또렷한 발화의 음향적, 음운적 현상을 모두 영어 듣기 실험에 반영하였다는 것이 본 연구가 기존 연구들과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본 실험의 결과와 분석은 한국인 학습자들의 외국어로서의 영어 듣기 과정을 이해하고 보다 더 효과적인 영어 듣기 교육내용과 방법을 고안하는 데 도움을 줄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연구방법

2.1. 피험자 및 분석자료

본 연구에 참여한 피험자들은 20명의 한국인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대학생들로서 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6년간 영어를 배웠고 토익 성적 총점은 최저 250점에서 최고 935점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피험자들의 토익 성적 총점 평균은 635점이었다. 토익 듣기 점수는 최저 100점에서 최고 495점이었고 평균 점수는 309점이었다. 2017년 한국의 토익 응시자 평균점수가 690.25점이고 그 중 듣기 평균 점수는 375.22점인 것을 고려하면 본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은 듣기 영역이 다소 약한 것으로 보인다. 분석의 편의상 전국 토익 듣기 평균 점수와 피험자들의 토익 듣기 점수를 토대로 100~335점에 속한 11명을 하위집단으로 400~495점에 속한 9명을 상위집단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3명의 영어 원어민이 실험에 참여했는데 한국인 대학생 피험자들과의 비교를 위해 영어 듣기에 참여한 영어 원어민은 2명이었고 음성자료를 만들기 위해 녹음에 참여한 원어민은 1명이었다. 이들은 교육경력이 각각 6년에서 10년인 캐나다 출신의 강사들이었다.

2.2. 음성자료

영어 발화자료를 만들기 위해 Rogers(2003)의 Complete Guide to the TOEICⓇ Test에 실려 있는 문장들 가운데 어휘 빈도가 비교적 높고 피험자들에게 친숙한 48개의 문장을 선별했는데 어려운 어휘, 사람 이름, 지역 이름과 같은 낯선 단어들이 없는 문장을 골랐다. 듣기 실험 자료를 만들기 위해 48개의 문장을 영어 원어민이 한 번은 또렷하게 천천히 읽도록 했고 또 한 번은 연음1과 함께 읽되 평상시 친구들 간의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도록 했다. 연음이 있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빠른 발화가 되었다.

녹음된 발화는 일련번호를 가지는 음성 파일로 저장되었다. 음성처리 기능을 가진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인 Praat(Boersma & Heuven, 2001)의 PSOLA(Pitch Synchronous Overlap and Add)를 이용하여 이 두 종류의 발화들 중 연음이 있는 빠른 발화는 연음 없이 또렷하게 천천히 읽은 발화와 같은 발화 속도를 가지도록 변환하였고 연음이 없이 또렷한 발화는 연음과 함께 빠르게 읽은 발화와 같은 속도를 가지도록 변환하였다. 이렇게 해서 ClS (Clear Slow: 또렷한 느린 발화), CaS(Casual Slow: 대화체 느린 발화), ClF(Clear Fast: 또렷한 빠른 발화), CaF(Casual Fast: 대화체 빠른 발화) 등 4개의 상태를 가지는 192개의 발화 문장 토큰들(48개 문장×4개 상태)이 완성되었다. 이 중 각 상태별 12개씩의 문장 토큰들을 뽑았는데 48개의 문장들 중 중복되지 않는 12개씩의 문장이 각 상태로 변환된 12개의 발화 문장 토큰들이 각 상태 별로 뽑혔다. 그래서 192개의 발화 문장 토큰들 중 중복되지 않는 48개의 토큰들(각 4개의 상태별 중복되지 않는 12개 문장)이 듣기 평가 실험 자극으로 쓰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한 상태에 사용된 문장이 다른 상태에 재등장하면 학습 효과로 인해 재등장한 문장을 맞출 확률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lS에서 들은 문장을 ClF에서 다시 듣게 되면 이미 들은 문장으로 인해 나중 문장의 청취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상태들 간에 문장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피험자들에게 자극들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발화 문장 토큰들은 무작위로 제시되었다.

2.3. 영어 듣기 실험

컴퓨터를 이용하여 듣고 받아쓰는 실험을 하였다. 종이에 받아쓰는 대신 Alvin 지각실험도구(양병곤, 2004)에 있는 “듣고 입력” 기능을 이용하여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피험자가 버튼을 눌러 영어 발화를 듣고 자판을 사용하여 들은 내용을 입력하도록 하였다(<그림 1> 참조). 그리고 자판 입력 후 다음 문장과의 시간 간격은 피험자가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했다. 반복 청취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1번까지 허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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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 Figure 1. 듣고 입력하기 화면 / Screen of listening and ty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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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험자가 답한 문장의 정확도 채점은 정답과 일치한 기능어 또는 내용어에 대해 1점을 부여하였다. 내용어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에 해당하는 단어들이고 기능어는 조동사, 전치사, 관사, 대명사 등을 말하는데 의문사는 기존 연구(김은지 & 양병곤, 2004)와 마찬가지로 내용어로 분류하여 채점하였다. 부정어 축약형, 3인칭 단수 현재 어미, 복수명사 어미, 과거형 어미 등이 있는 단어는 내용어와 기능어로 나누어 2단어로 간주하여 채점하였다. 가령, She’s의 경우 2점(기능어 2개), flowers의 경우 2점(내용어 1개, 기능어 1개)이 된다. “She’s planting flowers by the wall.”을 듣고 “She planting flower by wall.”로 입력하였다면 she 1점(기능어 1개), planting 1점(내용어 1개), flower 1점(내용어 1개), by 1점(기능어 1개), 그리고 wall 1점(내용어 1개)으로 총 5점이 된다. 이것을 각 문장의 기능어와 내용어 개수에 대해 어떤 비율로 바르게 입력했는지를 측정하여 정확도를 산출했다.

위의 경우 8개 가운데 5개가 맞았으므로 62.5%의 정확도이다. 이것은 기존 연구(김은지 & 양병곤, 2004)와 같은 채점 방식이다. 그리고 단어 철자가 틀린 경우에는 제대로 들었음이 분명한 상황인 경우 맞은 것으로 간주하였다. 예를 들어, plantting이라고 했다면 철자는 틀렸지만 planting이란 단어를 제대로 들은 것으로 처리했다.

3. 분석 결과

통계 분석은 IBM SPSS Statistics 22를 사용하였다. 영어 능숙도(하위 그룹, 상위 그룹, 원어민)와 발화 상태(ClS, CaS, ClF, CaF)를 모수 요인으로 하고 피험자들의 듣기 실험 점수를 종속 변수로 하는 분산분석(ANOVA)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 영어 능숙도와 발화 상태 사이의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p>0.05) 영어 능숙도와 발화 조건 각각에 대해서만 분석하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 영어 능숙도에 따른 결과

영어 능숙도에 따른 분석을 위해 한국인 피험자들을 앞절(2.1)에서 설명한 대로 TOEIC 점수를 토대로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으로 분류했다. 두 그룹 간에 기능어 듣기 점수와 내용어 듣기 점수 둘 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기능어[F(1, 202.718), p<0.001, ηp2=0.738], 내용어[F(1, 134.591), p<0.001, ηp2=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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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 Figure 2. 영어 능숙도에 따른 듣기 점수 / Listening scores of different English proficiency lev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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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4개의 상태를 다 합산한 점수인데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모두 내용어 듣기보다는 기능어 듣기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효과크기면으로 보면 내용어(ηp2=0.651)보다 기능어(ηp2=0.738)에서 두 그룹 간의 차이가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상위그룹과 비교했을 때, 하위그룹이 기능어에 있어서 영어듣기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내용어와 기능어의 점수 차이(내용어 듣기 점수–기능어 듣기 점수)는 영어 능숙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p>0.05).

3.2. 발화 상태에 따른 결과

발화 상태(ClS, CaS, ClF, CaF)는 기능어 듣기에 있어서는 유의미한 영향([F(3, 13.963), p<0.001, ηp2=0.368])을 주었지만 내용어 듣기에 있어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p>0.05). 이것은 내용어 듣기보다는 기능어 듣기가 연음의 유무와 발화 속도의 차이로 인한 영향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내용어와 기능어의 점수 차이(내용어 듣기 점수–기능어 듣기 점수)는 발화 상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F(3, 7.372), p<0.001, ηp2=0.235])으로 나타났다. 내용어와 기능어의 점수 차이가 클수록 내용어 듣기에 비해 기능어 듣기가 더 힘들다는 것 즉, 발화 상태로 인한 악영향을 더 쉽게 받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본 실험에 참여한 한국인 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악영향의 크기가 큰 것에서 작은 순으로 CaF, CaS, ClF 그리고 ClS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즉, CaF의 발화 상태에서 내용어 듣기에 비해 기능어 듣기가 제일 힘들었고 그 다음이 CaS, ClF 그리고 ClS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CaF, CaS가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아 대화체의 음운 현상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크게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표 1 / Table 1. 발화 상태에 따른 내용어 및 기능어 듣기 점수 / Listening scores of function and content words in different speech conditions
발화상태 내용어(%) 기능어(%) 내용어-기능어(%)
ClS 78.3 76.7 1.6
CaS 72.7 62.4 10.3
ClF 68.9 62.3 6.6
CaF 66.1 52.4 13.7

ClS, clear slow; CaS, casual slow; ClF, clear fast; CaF, casual f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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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 나누어 발화 상태에 따른 분산분석을 시행하였다. 상위 그룹의 경우, 기능어 듣기는 발화 상태에 영향을 받는 것([F(3, 7.787), p<0.001, ηp2=0.422])으로 나타났지만 내용어 듣기는 영향을 안받는 것(p>0.05)으로 나타났다. 하위 그룹의 경우에도, 기능어 듣기는 발화 상태에 영향을 받는 것([F(3, 8.944), p<0.001, ηp2=0.401])으로 나타났지만 내용어 듣기는 영향을 안 받는 것(p>0.05)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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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 Figure 3. 발화 상태에 따른 기능어 듣기 점수 / Listening scores of function words in different speech cond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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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상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기능어 듣기에서 ClS-CaS(또렷하고 느린 발음과 연음이 있는 느린 발음과의 차이)와 ClS-ClF(또렷하고 느린 발음과 또렷하고 빠른 발음과의 차이)가 각각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ClS-CaS[F(1, 6.786), p<0.05, ηp2=0.274], ClS-ClF[F(1, 25.439), p<0.001, ηp2=0.586]). 즉, 상위 그룹에 비해서 하위 그룹이 연음과 속도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기존 연구(김은지 & 양병곤, 2004; 황선이 외, 2006)의 결과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효과크기면으로 보면 ClS-CaS(ηp2=0.274)보다 ClS-ClF(ηp2= 0.586)에서 두 그룹 간의 차이가 훨씬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하위 그룹이 연음보다는 발화 속도의 변화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그림 3>에서도 보이는데 상위 그룹에서는 ClF보다 CaS의 점수가 더 낮고 하위 그룹에서는 CaS보다 ClF의 점수가 더 낮다. 한국인 학습자의 영어 듣기에 가장 수월한 발화 상태가 ClS(연음없이 또렷이 발화)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ClF는 발화속도가 빨라진 것이 악조건이고 CaS는 연음이 생긴 것이 악조건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능어 듣기에 있어서, 상위 그룹은 빠른 발화 속도보다는 연음에 더 약하고 하위 그룹은 연음보다는 빠른 발화에 더 악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4. 맺음말

앞절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들을 가지고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한국인 피험자(하위 그룹, 상위 그룹 둘 다)들은 내용어 듣기보다는 기능어 듣기에 약함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약점은 하위 그룹에서 더 심했다. 그리고 발화 상태(ClS, CaS, ClF, CaF)가 기능어 듣기에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결과도 내용어 듣기보다 기능어 듣기가 연음과 발화 속도 증가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분석은 영어 듣기 교육에 있어서 내용어보다는 기능어 듣기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특히 하위 그룹) 기능어의 연음과 빠른 발화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더 많이 해야함을 시사한다.

굳이 기능어 듣기를 중요시할 필요가 있겠는가 반문할 수 있지만 기능어가 익숙해지지 않으면 심적 자원(mental resource)이 기능어에 필요이상으로 소모되어 내용어 듣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단, 기능어가 들리기 시작하면 내용어 듣기에 집중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으므로 특히 하위 그룹일수록 기능어 듣기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위 그룹에서는 ClF보다 CaS의 점수가 낮았고 하위 그룹에서는 CaS보다 ClF의 점수가 낮았다. 즉, 상위 그룹은 연음에 더 약하고 하위 그룹은 빠른 발화에 더 약하다는 뜻이다.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의 듣기 교육에 있어서 연음과 발화속도 중 어디에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위 그룹은 연음 교육을 바로 해도 되지만 하위 그룹을 교육할 때는 섣불리 연음 교육부터 하지 말고 먼저 발화 속도를 신호처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충분히 조절해서 듣기 교육에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듣게 되는 영어 원어민의 자연 발화(spontaneous speech)에 가장 가까운 상태는 연음과 함께 빠른 발화 속도를 가지는 CaF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 분석에 따르면 하위 그룹의 경우 CaF의 발화에서 연음을 그대로 두고 발화 속도만 늦추어도 영어 듣기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하위 그룹의 영어 듣기 지도에 있어서 원어민의 자연 발화를 많이 사용하되 연음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발화 속도만 늦춘 발화 자료를 적절히 이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연음이 많은 대화체 발화를 느린 속도로 듣는 것(CaS)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위 그룹의 경우, 연음을 천천히 들으면서 익숙하게 되면 연음을 원래의 빠른 속도로 다시 들어도 수월하게 학습할 수 있을 것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결과가 영어 듣기 교육용 자료 제작이나 듣기 지도에 참고 자료로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감사의 글(Acknowledgement)

음성 자료 수집과 정리에 많은 도움을 준 김명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각주(Footnote)

1. 본 연구에서 ‘연음’이라는 용어는 연음 현상뿐만 아니라 목표음 미달(undershoot)과 모음 길이와 모음 공간(vowel space) 변화 등을 비롯한 자연발화(spontaneous speech)에서 나타나는 모든 음향적, 음운적 현상들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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