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netics/음성학

제 2언어 학습자의 한국어 리듬 실현양상*:

윤영숙 1 , **
Youngsook Yune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경남대학교 교양융합대학
1College of General Education, Kyungnam University, Changwon, Korea
**Corresponding author : ysy0622@kyungnam.ac.kr

© Copyright 2023 Korean Society of Speech Scienc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ug 15, 2023; Revised: Sep 11, 2023; Accepted: Sep 11, 2023

Published Online: Sep 30, 2023

국문초록

본 연구에서는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의 한국어 낭독발화에서 나타나는 리듬의 변화양상을 한국어 모국어화자와의 비교를 통해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모국어화자와 구별되는 리듬의 물리적 속성을 고찰하여 목표어의 리듬 습득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국인학습자들의 발화 특성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리듬 유형론적으로 다른 범주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어는 음절박자언어와 강세박자언어의 모습을 모두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어는 음절박자언어로 분류된다. 두 언어는 음절구조, 어휘강세나 모음약화 현상의 부재 등 음운론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보이지만 세부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어 리듬 실현에서 모국어인 중국어의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가 모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표준어를 구사하는 한국어 원어민화자 5명과 한국어 숙달도 고급 수준의 중국인한국어학습자 10명이 발화문을 녹음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자료는 다섯 문장으로 구성된 한 단락의 담화이다.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의 한국어 리듬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V, VarcoV, nPVI_V, nPVI_S값을 측정하였다. 측정결과 %V와 VarcoV의 값에서 두 그룹은 모두 음절박자언어의 특성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인학습자들은 한국화자와는 유의미한 차이로 낮은 %V와 높은 VarcoV를 보여 보다 강세박자언어에 가까운 리듬구조를 보였다. nPVI_S값에서는 유사한 면이 관찰되었으나 nPVI_V에서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두 그룹에서 나타난 리듬구조의 차이는 무엇보다 모음 길이의 변동의 차이로 귀속될 수 있고 그 원인은 중국어에 존재하는 모음 위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러한 모국어의 발화습관이 한국어 리듬구조에 영향을 미쳐 보다 강세박자언에 가까운 속성을 보이며 이로 인해 한국어 모국어 화자와 다른 청지각적 리듬 차이를 유발한다고 할 수 있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investigate the effect of Chinese on the production of Korean rhythm. Korean and Chinese are typologically classified into different rhythmic categories; because of this, the phonological properties of Korean and Chinese are similar and different at the same time. As a result, Chinese can exert both positive and negative influences on the realization of Korean rhythm. To investigate the influence of the rhythm of the native language of L2 learners on their target language, we conducted an acoustic analysis using acoustic metrics like of the speech of 5 Korean native speakers and 10 advanced Chinese Korean learners. The analyzed material is a short paragraph of five sentences containing a variety of syllable structures. The results showed that KS and CS rhythms are similar in %V, VarcoV, and nPVI_S. However, CS, unlike KS, showed characteristics closer to those of a stress-timed language in the values of %V and VarcoV. There was also a significant difference in nPVI_V values. These results demonstrate a negative influence of the native language in the realization of Korean rhythm. This can be attributed to the fact that all vowels in Chinese sentence are not pronounced with the same emphasis due to neutral tone. In this sense, this study allowed us to observe influences of L1 on L2 production of rhythm.

Keywords: 음절박자 언어; 강세박자 언어; 한국어 리듬구조; 음절구조; 모국어 간섭
Keywords: syllable timed language; stress-timed language; Korean rhythmic structure; syllable structure; L1 interference

1. 서론

본 연구에서는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의 한국어 낭독발화에서 나타나는 리듬의 변화양상을 한국어 모국어화자와의 비교를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인 모국어화자와 구별되는 리듬의 물리적 속성을 조사하고 목표어의 리듬 습득과정에서 나타나는 모국어의 영향과 중국인학습자들의 발화 특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제 2언어 습득과정에서 목표어와의 상이함을 초래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한데 그 중 하나는 리듬이다. 언어마다 고유한 리듬이 있고 이 고유성은 제 2언어 학습에도 반영되어 독특한 외국인 악센트를 만들어 낸다. 목표어 리듬과의 상이성은 유창성은 물론 정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Gut, 2003). 언어에서의 리듬은 발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음운론적 단위의 시간적 등간격성을 일컫는다(Abercrombie, 1967; Pike, 1945; Grabe & Low, 2002에서 재인용). 즉 리듬은 음성언어의 시간적 구조와 관련되며 특정한 언어 단위의 반복적 회귀성으로 정의될 수 있다(Bloch, 1950). Pike(1945), Bloch(1950), Abercrombie(1967), Ladefoged(1975)를 거치면서 언어의 리듬은 강세박자, 음절박자, 모라박자 중 하나로 귀속되었다.

강세박자언어에서 등시성은 선행 강세와 후행 강세 간의 거리, 즉 음보(foot)에 의해 실현된다. 그래서 한 문장에서 음보는 음절수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동일한 간격으로 실현된다고 여겨진다. 그 결과 음보에 포함된 음절수에 따라 음보의 발화속도가 달라지게 되는데 음절수가 많으면 발화속도가 빨라지고 음절수가 적으면 느려진다. 영어와 독일어는 대표적인 강세박자 언어로 분류된다(Abercrombie, 1967). 음절박자언어에서의 등간격성은 음절에 의해 실현된다. 그 결과 음절박자언어에서 한 문장의 음절은 거의 동일한 길이로 실현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발화단위의 길이는 그 속에 포함된 음절수에 따라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된다. 대표적인 음절박자언어로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가 있다(Abercrombie, 1967). Bloch(1950)Ladefoged(1975)에 의해 제안된 모라박자 언어에서는 음절보다 작은 음운 단위인 모라가 등간격성을 유지한다(Grabe & Low, 2002). 모라의 길이는 거의 동일하게 실현되기에 음절이나 발화단위의 길이는 모라의 수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일본어는 대표적인 모라박자 언어로 꼽힌다.

초기에 주장된 세 부류의 언어리듬은 이후의 실험적 연구에서 등시성을 유발하는 음운론적 단위의 실체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일치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언어에서의 등시성은 단지 청각적 인상(Lehiste, 1977)으로, 또는 기저구조의 제약으로는 존재하지만 언어의 음성학적·음운론적·문법적 특성으로 인해 표면구조에서는 실현되지 못하는 현상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Beckman, 1992; Laver, 1994; Grabe & Low, 2002에서 재인용).

리듬범주를 결정하는 등시적 단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각 언어가 특정적인 리듬구조로 실현되며 이는 청지각적 차이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Dasher & Bolinger(1982)Dauer(1983, 1987)는 이처럼 실재하는 리듬의 실체가 각 언어의 음성학적·음운론적·어휘적· 통사적 특성의 결합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Grabe & Low, 2002에서 재인용). 특히 음절구조, 모음약화 현상, 어휘강세의 존재여부가 리듬범주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간주되었다. 사실상 세 부류의 리듬범주로 분류된 언어들은 일련의 음운론적 속성을 공유하는데 이러한 속성들이 각 리듬범주로 지각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세박자로 분류되는 언어들은 음절박자로 분류되는 언어들보다 복잡한 음절구조를 지니며, 모음약화 현상과 어휘강세가 존재한다는 유사성을 지닌다. 그 반면 음절박자언어는 제한된 음절구조를 지니며 어휘강세 및 모음약화 현상이 부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 언어의 음운론적 속성과 리듬범주 간 상관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음향분석법도 등장했다. Ramus et al.(1999)은 문장 내 모음 비율(%V), 자음과 모음의 표준편차(△V, △C)를 통해, Dellwo(2006)는 변동계수(variation coefficient)를 통한 문장 내 자음구간의 변동범위(VarcoC)를 바탕으로, White & Mattys(2007)는 문장 내 모음구간의 변동범위(VarcoV)를 바탕으로 언어의 리듬 범주를 설명하려 하였다. 그리고 Grabe & Low(2002)는 문장 내 인접 단위의 변동계수(pairwise variability index, PVI)를 통해 강세박자와 음절박자로 분류되는 언어 간 리듬 속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각 언어를 하나의 리듬범주에 귀속시키기보다는 양극에 강세박자와 음절박자가 위치한 연속선상에서 보다 가까운 리듬범주에 위치시키려고 한다. 즉 언어의 리듬을 범주적 속성이 아닌 단계적 또는 점진적 속성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Grabe & Low, 2002).

본 연구는 제 2언어에서 나타나는 리듬을 조사하는 것이다. 제 2언어의 리듬은 모국어 또는 목표어와는 다른 양상으로 실현된다. 제 2언어의 리듬구조를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모국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Gut(2003)에 의하면 모국어의 영향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음운론 영역에서도 하위 단계인 음성학적 영역에서 그 전이가 활발히 일어나는데 언어의 리듬은 명료한 학습 규칙 없이 이루어지므로 이런 하위 단계에 속한다고 한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음절유형, 어휘강세와 모음약화 현상 등 언어의 리듬을 결정하는 음운론적 속성이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두 언어가 동일 리듬범주에 속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어의 리듬범주는 연구자에 따라 음절박자언어(Han, 1964), 강세박자언어(Ji, 1993), 음절박자나 강세박자로 분류될 수 없는 언어(Seong, 1995)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의 실험적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한국어 리듬구조는 음절박자와 강세박자언어의 성질을 모두 보여준다(Jang, 2009; Mok & Lee, 2008). 그 반면 중국어는 전형적인 음절박자언어로 분류된다(Grabe & Low, 2002; Mok & Lee, 2008; Song, 2015).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어의 리듬구조는 한국어 리듬구조에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를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음운론적 맥락에서 실현되는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리듬구조의 특징을 파악한다면 한국어 원어민화자와 다른 청지각적 차이를 유발하는 물리적 속성에 더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리듬 학습에서의 필요한 규범적 요소를 확인하고 제 2언어 습득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간 언어적 리듬구조의 실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한국어와 중국어의 리듬구조

한국어와 중국어는 운율 유형론적으로 비성조언어와 성조언어라는 서로 다른 유형에 속한다. 리듬범주상으로도 동일 리듬범주로 분류되지 않는데 한국어는 대체로 음절박자와 강세박자언어의 속성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중국어는 음절박자언어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언어의 리듬구조에는 유사점과 차이점이 공존한다. 이는 리듬구조를 결정하는 두 언어의 음운론적 속성에서 비롯된다. 우선 한국어와 중국어는 모두 강세박자언어에 비해 음절유형이 매우 단순하다. 한국어의 음절은 음절두음(onset, 초성), 음절 핵(nucleus, 중성), 음절말음(coda, 종성)이 동등한 위계를 지니는 평판적 구조이며 음절두음과 말음에 자음군이 올 수 없다. 또한 음절말음에는 ‘ㄱ/ㄴ/ㄷ/ㄹ/ㅁ/ㅂ/ㅇ’의 자음 중 하나가 올 수 있는 7종성의 원칙을 따른다. 따라서 음절 유형은 크게 V, VC, CV, CVC의 4개 유형으로 나타난다. 그 반면 중국어 음절은 위계적 구조로 먼저 성모(onset)와 운모(rhyme)로 나뉘며 운모는 다시 음절 핵(운복, nucleus)과 음절말음(운미, coda)으로 나뉘는데 음절핵과 음절말음이 결합해 운모를 형성하는 우분지 구조를 갖는다. 그리고 음절 핵과 음절말음의 관계가 매우 긴밀해 분리될 수 없다(Kang, 2010). 중국어의 음절구조 또한 음절에 포함된 음소의 수에 따라 V, CV, VC, CVn/g의 4가지로 나뉘며 음절말음에는 /n/과 /ŋ/ 두 개의 자음만이 올 수 있다. 따라서 한국어와 중국어의 최대 음절구조는 CVC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어와 중국어에는 리듬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어휘강세나 모음약화 현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어는 리듬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운율경계(억양구 경계)의 장음화 현상이 나타나며 중국어의 경우 4성 체계에 속하지 않으면서 그 길이가 축소되어 실현되는 경성(neutral tone)이 빈번히 나타난다(Mok & Lee, 2008). 이러한 음운론적 속성은 리듬구조에도 반영되어 두 언어의 리듬구조에 유사성과 차이점을 유발한다. 선행연구들의 결과가 연구자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어와 중국어는 모두 높은 모음비율(%V)로 음절박자언어의 특징을 보여준다(Grabe & Low, 2002; Jang, 2009; Mok & Lee, 2008). 그러나 모음과 자음구간의 변동률인 VarocV와 VarocC에서 한국어는 강세박자와 같은 높은 변동률을 보이지만(Jang, 2009; Mok & Lee, 2008) 중국어는 낮은 수치를 보여 음절박자언어의 특징을 보인다(Ding et al., 2019; Mok & Lee, 2008). 그리고 인접음소구간의 길이변화(PVI)에서도 한국어는 높은 수치로 강세박자언어에 가깝게 실현되지만(Jang, 2009; Mok & Lee, 2008) 중국어는 낮은 수치를 보여 음절박자언어로 실현된다(Ding et al., 2019; Grabe & Low, 2002; Mok & Lee, 2008). 따라서 선행연구 결과 한국어 리듬구조는 음절박자와 강세박자언어의 속성이 혼재되어 나타나며 중국어는 음절박자언어의 특징을 보임을 알 수 있다.

3. 연구 방법

3.1. 분석자료

Gut(2003)에 의하면 제 2언어의 리듬 실현에서 학습자들의 모국어에 상관없이 분석자료의 유형에 따라 리듬이 다르게 실현된다고 한다. 즉 낭독체, 스토리텔링, 자유 대화체의 리듬이 다르게 실현된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기저형에 가장 가까운 리듬구조를 살피고자 화자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중립적인 낭독발화를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분석자료는 아래에 제시된 5문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단락이다.1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내가 요리를 한다. 우리나라 음식도 잘하고 다른 나라 음식도 잘한다. 매일 요리를 해서 부모님과 같이 먹는다. 부모님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분석자료는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이 담화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도록 문장길이와 난이도를 조절하여 구성되었다. 문장은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단문과 복문으로 구성되었고 음절 또한 V, VC, CV, CVC 구조가 적절히 혼합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중국인학습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발음이 용이한 CV와 V의 비율을 높게 책정하였는데 이는 발음에 주의를 뺏겨 자연스러운 리듬 생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VC와 CVC 음절의 경우 종성은 대부분 /n/, / ŋ/, /m/등 비음을 위치시켜 모국어인 중국어와 유사한 음절유형을 이루도록 하였다.

3.2. 피험자 및 녹음

분석자료 낭독에는 5명의 한국어 원어민화자와 10명의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이 참여하였다. 2명의 여성화자와 3명의 남성화자로 구성된 한국인화자는 20대 초·중반의 대학생으로 서울 및 경기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표준어 화자들이다. 한국인화자들은 모국어인 한국어의 분절음이나 억양 발음에 특이한 문제점들이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표준어 구사자들이며 평균 연령은 만 21세이다.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은 5명의 여성화자와 5명의 남성화자로 20대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이며 평균연령은 25세이다. 중국인화자들도 특정 지역 방언을 구사하지 않으며 표준 중국어인 보통어를 구사하는 표준어 화자들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2.6년 이상 한국어를 학습하였고 한국어 발화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으며 한국어능력시험 5–6급에 합격하였거나 그에 준하는 실력을 지닌 고급수준의 한국어학습자들이다. 본 연구에서는 고급 단계의 한국어학습자들을 피험자로 선정하였는데 이는 초·중급학습자들의 경우 발화속도나 유창성이 낮아 자연스러운 리듬 구축이 어렵기 때문이며 또한 고급 단계의 학습자들에게서 한국어 리듬이 어떤 양상으로 실현되는지 알아봄으로써 초·중급단계에서 강화되어야 할 운율 요소를 파악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녹음은 Sony사의 디지털 녹음기 ICD-SX713과 내장 마이크를 사용하여 조용한 방에서 실시하였다. 녹음은 sampling rate 44,000 Hz, 16 bit 모드로 진행되었다. 녹음 전 피험자들에게 연구목적을 설명하고 연습 시간을 충분히 가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한국어 자료 제공 시 문장의 의미나 억양, 발음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녹음은 개인별로 실시하였고 분석자료를 보통 속도로 5회를 기본으로 반복 발화하도록 하였다. 발화가 잘못된 경우 5회를 초과하여 발화하였다. 녹음 중 참여자들이 원하는 만큼 휴식을 가지도록 했다.

피험자들이 발화한 전체 발화문 중 각 화자별로 가장 자연스럽게 발화된 3회분의 자료를 선별하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자료는 총 225문장으로 5명의 한국인화자가 5문장을 3회 발화한 75문장과 중국인학습자 10명이 5문장을 3회 반복 발화한 150문장으로 구성된다.

3.3. 분석방법 및 측정방법2

언어의 리듬을 측정하는 방법들은 다양하며 여러 분석방법이 제시되었다. 무엇보다 청지각적으로 뚜렷이 구별되는 음절박자언어와 강세박자언어의 물리적인 차이점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되었다.

우선 Ramus et al.(1999)은 각 문장에서 모음이 차지하는 비율인 %V값과 모음구간의 표준편차인 ∆V, 자음구간의 표준편차인 ∆C 값을 통해 서로 다른 범주의 언어 리듬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V는 모라언어인 일본어에서 가장 높게, 강세박자언어인 영어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V는 대체로 강세박자언어인 영어와 네덜란드어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음절박자언어인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에서 낮게 나타났으며 모라언어인 일본어는 그 중간에 위치하였다. ∆C는 강세박자언어에서 높게, 모라박자언어에서 가장 낮게, 그리고 음절박자언어인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는 그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Ramus et al.(1999)은 %V와 ∆C 값의 조합이 리듬범주의 차이를 잘 드러낸다고 결론지었다. 가령 강세박자언어인 영어는 낮은 %V와 높은 ∆C를 보이고, 음절박자언어인 프랑스어는 높은 %V와 낮은 ∆C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후에 진행된 Grabe & Low(2002)의 연구는 Ramus et al. (1999)과 다른 결과를 보여 주었다. %V는 대체로 음절언어, 모라언어, 강세언어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V는 모라언어, 강세언어, 음절언어 순으로, 그리고 ∆C는 강세박자와 모라박자 언어에서 유사하게 나타났고 음절언어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Grabe & Low(2002)Ramus et al.(1999)의 연구는 모라언어를 제외한다면 동일한 결과를 보인다. 즉 두 연구 모두에서 %V는 음절박자언어에서 높게, 강세박자언어에서 낮게 나타나며 ∆V와 ∆C는 음절박자언어에서 낮게 강세박자언어에서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Dellwo(2006)는 ∆C가 발화속도에 따라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는 결과(Dellwo & Wagner, 2003)에서 착안하여 발화속도를 제어한 자음변동계수인 VarcoC를 통해 언어의 리듬을 분류하였다. 그 결과 VarcoC는 음절구조가 단순한 음절박자언어에서 낮게, 음절구조가 복잡한 강세박자언어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후 White & Mattys(2007)는 발화속도를 제어한 모음 변동계수인 V arcoV를 통해 언어의 리듬을 기술하였다. VarcoV 역시 음절박자언어에서 낮고, 강세언어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모음약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음절박자언어에서 모음 길이의 변동율이 낮기 때문으로 설명되어졌다.

Grabe & Low(2002)는 PVI가 발화속도나 화자변인을 고려하지 않은 ∆V와 ∆C보다 언어 리듬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문장을 구성하는 자음구간 또는 모음구간의 연속적인 변화를 포착하는 PVI는 한 문장에서 인접한 단위(자음, 모음, 음절 등)들의 길이변화량을 측정하는 값이다. PVI는 발화속도를 정규화하지 않은 rPVI와 발화속도나 화자 간의 다양성을 정규화한 nPVI로 나뉘어지며 인접하는 음절길이의 변동지수를 측정하는 rPVI_S와 nPVI_S, 그리고 인접한 자음구간의 변동지수 값을 구하는 rPVI_C와 nPVI_C, 인접 모음구간의 변동지수 값을 구하는 rPVI_V와 nPVI_V 등이 있다(Benton et al., 2007; Gut, 2003; Mok & Lee, 2008). PVI 값은 대체로 음절박자언어에서 낮게 강세박자언어에서 높게 나타난다(Benton et al., 2007; Mok & Lee, 2008). 인접단위변동계수(PVI)는 인접한 두 음운론적 단위의 길이 차이를 반복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청자에게 지각되는 리듬의 차이를 강력하게 계량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Kim, 2016). 이상에서 소개된 분석법들은 음절박자언어와 강세박자언어의 리듬 속성을 대체로 잘 구별한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운론적 유사성과 차이점을 잘 드러내고 한국어 리듬 실현에 나타나는 중국인학습자들의 특성과 모국어의 잠재적인 영향력을 살펴보고자 %V, VarcoV, 그리고 발화속도를 정규화한 nPVI_V와 nPVI_S 측정법을 사용하였다. %V, VarcoV를 통해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운론적 유사성인 음절유형의 단순성과 차이점인 경성(neutral tone)의 영향을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어의 경우 경성의 존재가 모음 길이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며 한 문장에서 모든 모음의 길이가 동일한 중요도를 지니는 것은 아니므로 모국어의 간섭이 나타난다면 한국어 모국어화자와 다른 모음 길이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nPVI_V와 nPVI_S는 문장 내 모음구간이나 자음구간의 전체적인 변동범위를 정하는 VarcoV나 VarocC와 달리 연속하는 두 모음 구간이나 음절을 한 쌍으로 리듬의 변화 추이를 측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청지각적으로 인지되는 리듬의 물리적 속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nPVI_V와 nPVI_S를 통해서도 두 언어의 음운론적 특성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제시된 각각의 측정값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한다.

%V: (vocalic duration/sentence duration) × 100

VarcoV: (∆V/mean duration of vocalic intervals)×100 nPVI_V와 nPVI_S:

n P V I = 100 × [ k = 1 m 1 | d k d k + 1 ( d k + d k + 1 ) / 2 | / ( m 1 ) ]

모음비율인 %V는 문장 내 모음구간의 합을 구하여 전체 문장 길이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구한다. VarcoV는 각 문장의 모음구간의 표준편차를 모음구간의 평균값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산출한다. nPVI_V와 nPVI_S는 인접하는 모음구간 또는 음절 길이를 변화를 측정한다. 위에 제시된 식에서 m은 발화단위 내 모음구간 또는 음절의 수이며, d는 k번째 위치한 모음구간 또는 음절의 길이이다. nPVI_V와 nPVI_S 그리고 %V, VarcoV의 값은 위에 제시된 식을 Excel에 적용하여 산출하였다.

이상의 리듬 분석 방법은 자음과 모음 그리고 음절의 길이를 기준으로 측정된다. 이러한 음운론적 단위의 길이 측정은 음성분석 프로그램 Praat을 통해 수작업으로 진행되었다. 자음과 모음의 길이는 음성파형과 광역(wide-band) 스펙트로그램을 바탕으로 Grabe & Low(2002)의 기준을 따라 측정하였다. 모음구간은 모음의 시작점과 끝점 사이의 모든 구간으로, 자음구간은 모음 끝점과 모음 시작점 사이의 모든 구간으로 정의되며 음절경계나 단어경계는 무시된다. 음절은 한국어의 연음규칙을 적용하여 그 경계를 확정하였다.

결과적으로 %V와 VacroV는 문장에서 자음구간을 제외한 모음구간을 대상으로 산정된다. 음절 길이는 음절을 구성하는 모음의 길이 또는 자음과 모음의 합으로 산출하였다. 휴지구간 뒤에 오는 장애음은 폐쇄구간을 확정하기 어려우므로 자음구간과 음절 길이 산출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Grabe & Low(2002)에서처럼 문장 내 운율경계 음절은 측정에 포함되지만 휴지 구간은 제외된다. 모음 탈락의 경우, 모음 값은 측정되지 않았다. 음절경계 구분에서 종성 장애음과 초성 장애음이 연쇄하는 경우(예: ‘음#식#도’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음절 경계), 미파된 종성장애음과 후행 장애음의 폐쇄기간이 연결되므로 음절경계 확정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음성파형과 스펙트로그램의 공백구간의 시간적 중간 부분을 경계로 확정하였다. 이상의 음소 및 음절 측정 방법은 한국인과 중국인 화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4. 결과

4.1. %V와 VarcoV

KS와 CS가 발화한 문장의 모음비율(%V)과 모음구간의 길이 변동률(VacroV)의 평균값은 아래의 그림 1표 1에 제시되었다. 그림 1은 한국인화자 5명과 중국인학습자 10명이 산출한 각 문장의 %V와 VarcoV 값의 문장별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X축은 VarcoV, Y축은 모음 비율을 나타낸다. 표 1은 두 그룹의 %V와 VarcoV의 평균값과 표준편차를 나타낸 것이다.

pss-15-3-27-g1
그림 1. | Figure 1. KS와 CS의 모음 비율과 모음구간의 변동범위 | Values of %V and VarcoV for each sentence
Download Original Figure
표 1. | Table 1. 모음의 비율과 변동범위의 평균 | Mean values of %V and VacroV
화자 %V VarcoV
KS 59.06 (6.35) 48.39 (11.48)
CS 54.86 (6.30) 52.61 (11.26)
Download Excel Table

우선 그림 1의 분포도를 살펴보면 KS와 CS의 %V와 VarcoV 값은 매운 넓은 구간에 걸쳐 분포되어 있고 이로 인해 동일 그룹의 화자들이 음절박자언어와 강세박자언어의 특징을 모두 보여줌을 관찰할 수 있다. 다수의 화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룹 간 화자 겹침 현상은 이미 선행연구에서도 지적되었다(Benton et al., 2007).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과 표를 통해 일반적인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1의 모음비율(%V)의 분포를 살펴보면 KS가 발화한 문장 중 다수가 55%–70% 사이에, CS의 경우 50%–65% 사이에 밀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1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KS의 평균 %V는 59.06%, CS는 54.86%로 KS의 문장 내 모음비율이 다소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두 그룹 모두 선행연구에서 측정된 모국어의 %V 값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어의 경우 선행연구에서 %V는 약 54(Jang, 2009)와 55(Mok & Lee, 2008)의 값을 보였고, 중국어는 54(Mok & Lee, 2008)와 56(Grabe & Low, 2002)의 수치를 보였다. 대체로 45% 이하로 나타나는(Grabe & Low, 2002; Mok & Lee, 2008; White & Mattys, 2007) 강세박자언어인 영어나 독일어보다 높은 비율이다. 따라서 선행연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두 그룹의 %V는 음절박자언어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KS와 CS의 %V 값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정규성 검정(p=.865) 후 t-검정을 실시한 결과, t(223)=4.707, p<.000으로 두 그룹의 모음비율은 유의미하게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CS의 한국어 발화문에서 운율 경계음절의 장음화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은 것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장음화가 일어나는 운율경계 중 문장 끝 모음의 길이를 비교해 보면 KS는 전체 문장에서 문미 모음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5.86%, CS는 평균 4.31%로 문미에서의 장음화가 KS보다 CS가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음화의 차이가 모음비율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림 1표 1을 통해 KS와 CS가 산출한 문장의 모음구간의 길이 변동률인 VarcoV 값도 관찰할 수 있다. 그림 1의 분포도를 보면 KS의 경우 각 문장의 VarcoV 값은 30–50 사이에, CS는 그보다 높은 40–60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표 1의 평균값을 살펴보면 KS의 평균 VarcoV 값은 48이며, CS는 52로 모음구간의 변동률은 CS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정규성 검정(p=.577) 후 t-검정을 실시한 결과 t(223)=–2.631, p=.009로 두 그룹의 VarcoV 값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위의 결과는 선행연구 결과와 다소 상이하다. 분석자료와 화자 변인 등을 고려한다면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전반적 경향을 보면 선행연구에서 한국어는 비교적 높은 60(Mok & Lee, 2008)과 64(Jang, 2009)의 VacroV 값을 보여 강세박자언어에 가까운 특성을 보였고, 중국어는 31.8(Ding et al., 2019)과 50(Mok & Lee, 2008)의 값을 보여 연구자 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음절박자언어에 치우친 특성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VarcoV는 모음약화현상이 나타나는 강세박자언어에서 높게, 음절박자언어에서 낮게 나타난다. White & Mattys(2007)의 연구에서 음절박자언어인 프랑스어와 스페인어의 VarcoV는 각각 41과 50으로, 강세박자언어인 영어는 64로 나타났다. Mok & Lee(2008)의 연구에서는 정상속도로 발화된 영어의 VacroV가 약 54로 측정되기도 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KS와 CS의 VarcoV는 음절박자언어에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KS의 VarcoV가 선행연구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분석자료에서 나타나는 운율경계의 빈도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빈번한 운율경계(억양구경계)의 출현은 장음화를 유발하고 이는 문장 내 모음구간의 전체 변동률을 높일 수 있다. 선행연구들과 마찬가지로 본 연구에서도 운율경계 음절을 분석 자료에 포함시켰는데 분석 자료에서의 운율경계의 빈도는 연구자 간 결과 차이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V와 VarcoV의 값을 통해 살펴보면 KS와 CS는 음절박자언어와 유사한 리듬 구조를 보인다. 그러나 KS의 경우, 모음비율은 높으나 문장 내 모음구간의 변동폭은 작으며 CS는 모음 비율은 KS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나 문장 내에서 모음 구간의 변동 폭은 KS보다 높게 나타난다. KS의 상대적으로 낮은 VarcoV는 운율경계 음절의 장음화를 제외한다면 문중에서의 모음 구간의 변동률은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반면 CS에서 나타나는 상대적으로 높은 VarcoV는 잠재적인 모국어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중국어 문장에서는 경성이 빈번히 나타나는데 경성으로 실현되는 음절은 길이가 매우 축소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모음약화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문장을 구성하는 모든 모음이 동일한 음운론적 중요도를 가지는 것은 아님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장 내 경성의 모음 길이 축소는 운율 경계에서만 장음화가 일어나 모음 길이의 변동에 영향을 주는 한국어의 장음화현상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의 장음화가 문장 내 모음구간의 전체 비율을 증가시킨다면 중국어에서 경성의 출현은 문장 내에서 모음구간의 변동률을 증가시키는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 연구의 VacroV 수치가 중국어를 대상으로 한 Mok & Lee(2008)의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모국어인 중국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4.2. nPVI_V와 nPVI_S

상기한 바와 같이 인접단위변동계수인 PVI는 리듬의 청지각적 차이를 유발하는 요소를 측정할 수 있는 강한 방법이다. 이는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리듬의 변화를 계량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접하는 단위 간 시간 변화량을 살펴보고자 인접 모음구간의 변동률인 nPVI_V와 인접 음절 간 변동률인 nPVI_S를 조사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nPVI_V와 nPVI_S는 발화단위 내에서 연속하는 모음구간의 길이변화를 나타내는 값으로 실제 말소리 지각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KS와 CS의 발화문에서 관찰된 nPVI_V와 nPVI_S는 그림 2표 2에 제시되었다. 그림 2는 각 문장의 nPVI_V와 nPVI_S 값의 문장별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X축은 nPVI_V, Y축은 nPVI_S 값을 나타낸다. 표 2는 두 그룹의 nPVI_V와 nPVI_S의 평균값과 표준편차를 나타낸 것이다.

pss-15-3-27-g2
그림 2. | Figure 2. KS와 CS의 인접 모음구간과 인접 음절 간 길이 변동범위 | Values of nPVI_V & nPVI_S for each sentence
Download Original Figure
표 2. | Table 2. 인접 모음구간과 인접 음절 간 길이 변동률의 평균 | Mean value of nPVI_V & nPVI_S
화자 nPVI_V nPVI_S
KS 47.19 (10.20) 31.27(7.47)
CS 56.24 (9.83) 29.24(7.77)
Download Excel Table

그림 2의 분포도를 살펴보면 nPVI_V 값에서 두 그룹 간 비교적 뚜렷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KS는 비교적 낮은 구역에, CS는 높은 구역에 nPVI_V 값이 분포되어 있다. 표 2의 평균값도 KS는 47.19, CS는 56.24로 CS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정규성 검정(p=.824) 후 t-검정을 실시한 결과 t(223)=–6.418, p<.000으로 두 그룹의 nPVI_V 값은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장 내에서 인접하는 두 모음의 변화량이 클수록 강세박자 언어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며 낮을수록 음절박자 언어에 가까운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위의 수치로 본다면 KS의 발화문은 음절박자언어에, CS의 발화문은 강세박자언어에 가까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의 결과 또한 선행연구와는 다른 결과이다. 선행연구에서 한국어의 nPVI_V는 61(Jang, 2009), 59(Mok & Lee, 2008)로, 중국어는 34.6(Ding et al., 2019), 52(Mok & Lee, 2008)로 측정되었다. Mok & Lee(2008)의 연구에서 대표적인 강세박자 언어인 영어의 nPVI_V 값은 약 57로, 음절박자언어인 이탈리아어는 약 44로 나타났는데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선행연구결과로는 한국어는 강세박자언어로, 중국어는 음절박자언어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는 앞 절의 VarcoV의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즉 KS는 운율경계 음절의 장음화를 제외한 문중의 모음구간에서 변동율은 높지 않은데 낮은 nPVI_V 값 역시 이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KS의 발화문은 인접모음구간의 변화량이 크지 않은 음절박자언어의 특성을 보인다. 그 반면 VarcoV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CS의 경우 nPVI_V 값 또한 비교적 높은 값을 보인다. 이는 한 문장에서 모음의 길이에 영향을 주는 경성이 잦게 출현하는 모국어의 발화습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문장 내 모음이 비교적 동일한 위상으로 발음되는 한국어와 달리 중국어는 일종의 모음약화현상의 존재로 인해 정상 길이와 축소된 모음 길이가 빈번히 교차되는 구조일 수 있다. 이러한 모국어의 발화습관이 한국어 발화에도 영향을 미쳐 인접모음구간의 변화량이 큰 강세박자언어의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그림 2표 2의 nPVI_S의 분포와 평균을 살펴보면 KS와 CS는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우선 그림 2의 분포도의 경우, 두 그룹 모두 20–40에 nPVI_S값이 밀집되어 있다. 표 2의 평균값 또한 KS는 31.27, CS는 29.24로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두 그룹 간 nPVI_S값이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정규성 검정(p=.407) 후 t-검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t(223)=1.869, p=.063으로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선행연구(Mok & Lee, 2008)에서 한국어와 중국어의 정상발화의 nPVI_S는 각각 39와 45로 영어의 69나 독일어의 57보다 낮게 나타나 음절박자언어의 특성을 보였다. 본 연구의 수치가 선행연구보다는 낮으나 동일한 음절박자언어의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두 언어에서 나타나는 음절구조의 유사성이 중국인 한국어학습자들에게 긍정적인 전이를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CS의 경우, %V와 VarcoV, nPVI_V에서는 KS와 유의미한 차이가 보였으나 nPVI_S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는 앞에서 살펴본 모음구간의 비율과 변동이 음절길이 변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에서 모음의 길이 조정이 문장이 아닌 음절 내에서 이루어지며 모국어의 영향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종의 모음약화로 인한 음절의 길이 축소가 음절 내 다른 음소에 의해 보상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 결론

언어마다 고유한 리듬이 있고 이 고유성은 제 2언어 학습에도 반영되어 독특한 외국인 악센트를 만들어 낸다. 리듬은 음성언어의 시간적 구조와 관련되며 특정한 언어적 단위의 반복적 회귀성으로 나타난다. 본 연구에서는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리듬이 한국인화자의 리듬 구조와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단위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그 원인을 모국어의 간섭 내지 그 영향에서 찾을 수 있는지 고찰해 보았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리듬범주를 결정하는 음운론적 속성은 여러 면에서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차이도 나타난다. 이러한 연유로 한국어와 중국어는 동일한 리듬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한국어가 음절박자언어와 강세박자언어의 특성을 모두 보인다면 중국어는 음절박자에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 한국어와 중국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음운론적 유사성과 차이점이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에서 어떤 리듬구조로 나타나는지 살펴보기 위해 %V, VarcoV, nPVI_V, nPVI_S의 측정법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실험결과, %V와 VarcoV의 값에서 한국인화자와 중국인학습자는 음절박자언어에 가까운 특성을 보였다. 즉 높은 %V와 낮은 VarcoV 값을 보였다. 중국인학습자들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되었으나 한국화자와는 유의미한 차이로 낮은 %V와 높은 VarcoV를 보였다. 이 두 결과를 본다면 양극에 강세박자언어와 음절박자언어가 위치한 리듬구조의 연속선상에서 중국인학습자들의 발화문은 보다 강세박자언어에 가깝게 실현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연속하는 모음의 변화 정도를 측정하는 nPVI_V 값에서는 두 그룹은 보다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nPVI_V는 화자들이 청지각적으로 인지하는 리듬 속성과 관련된 수치로 두 그룹의 리듬의 차이를 잘 드러내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낮은 nPVI_V로 음절박자언어의 특성을 보인 한국인화자와 달리 중국인학습자들에서 관찰된 높은 nPVI_V 값은 중국인학습자들이 한국어를 강세박자언어에 가깝게 산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반면 nPVI_S 값에서 두 그룹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는 두 언어에서 나타나는 음절구조의 유사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문에서 모국어의 경성의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인 모음 길이 축소가 음절 내 다른 음소에 의해 보상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음절 차원에서 음소의 길이가 조정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두 그룹에서 나타난 리듬구조의 차이는 무엇보다 모음 길이 변동의 차이로 귀속될 수 있고 그 원인은 중국어인 모국어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한국어와 달리 중국어에서는 문장을 구성하는 모든 모음이 동일한 위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며 보다 낮은 위계로 해석되는 모음의 길이는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모국어의 발화습관이 한국어 리듬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와 다소 다르게 한국어가 음절박자언어에 가까운 속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선행연구와의 비교분석은 분석자료, 분석문장의 운율구조, 화자변인 등 다양한 요인들이 완벽하게 제어된 상황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본 연구는 제한된 자료와 화자 그리고 제한된 측정방법을 사용하여 도출된 결과이므로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를 통하여 부족한 방법론적 측면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Notes

* 이 연구 결과물은 2021학년도 경남대학교 학술진흥연구비 지원에 의한 것임.

* This work was supported by Kyungnam University Foundation Grant, 2021.

1 본 연구는 2021년 진행된 피치 연구에 사용된 음성자료의 일부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2 본 연구의 분석방법과 자음, 모음, 음절 길이의 측정방법은 2018년 일본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방법과 일부 동일하다.

References/참고문헌

1.

Abercrombie, D. (1967). Elements of general phonetics. Edinburgh, Scotland: Edinburgh University Press.

2.

Beckman, M. E. (1992). Evidence for speech rhythms across languages. In Y. Tohura, E. Vatikiotis-Bateson, & Y. Sagisaka (Eds.), Speech perception, production and linguistic structure (pp. 457-463). Tokyo, Japan: Omsha.

3.

Benton, M., Dockendorf, L., Jin, W., Liu, Y., & Edmondson, J. (2007, August). The continuum of speech rhythm: Computational testing of speech rhythm of large corpora from natural Chinese and English speech. Proceedings of the16th International Congress of Phonetic Sciences (ICPhS XVI) (pp. 1269-1272). Saarbrucken Germany.

4.

Bloch, B. (1950). Studies in colloquial Japanese IV phonemics. Language, 26(1), 86-125.

5.

Dasher, R., & Bolinger, D. (1982). On pre-accentual lengthening.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Phonetic Association, 12(2), 58-71.

6.

Dauer, R. M. (1983). Stress-timing and syllable-timing reanalyzed. Journal of Phonetics,11(1), 51-62.

7.

Dauer, R. M. (1987, August). Phonetic and phonological components of language rhythm. Proceedings of the 11th International Congress of Phonetic Sciences (pp. 447-450). Tallinn, Estonia.

8.

Dellwo, V. (2006). Rhythm and speech rate: A variation coefficient for deltaC. In P. Karnowski, & I. Szigeti (Eds.), Language and language-processing (pp. 231-241). Frankfurt, Germany: Peter Lang.

9.

Dellwo, V. & Wagnar, P. (2003). Relations between language rhythm and speech rate. D. Recasens, M.J.Sole and J. Romero (eds.), Proceedings of the 15th ICPhS (pp. 471-474). Barcelona, Spain.

10.

Ding, Y., Xie, Y., & Zhang, J. (2019, November). Acquisition of L2 Mandarin rhythm by Russian and Japanese learners. Proceedings of the 2019 Asia-Pacific Signal and Information Processing Association Annual Summit and Conference (APSIPA ASC) (pp. 1810-1814). Lanzhou, China.

11.

Grabe, E., & Low, E. L. (2002). Durational variability in speech and the rhythm class hypothesis. In C. Gussenhoven, & N. Warner. (Eds.), Laboratory Phonology 7. Berlin, Germany: De Gruyter Mouton.

12.

Gut, U. (2003, August). Non-native speech rhythm in German. Proceedings of the 15th International Congress of Phonetic Sciences (ICPhS-15). Barcelona, Spain.

13.

Han, M. S. (1964). Studies in the phonology of Asian languages II: Duration of Korean vowels. Los Angeles, CA: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14.

Jang, T. Y. (2009). Rhythm metrics of spoken Korean. Language and Linguistics, 46, 169-186.

15.

Ji, M. J. (1993). The duration of sounds (in Korean). New Korean Language, 3, 39-57.

16.

Kang, S. (2010). A comparative study on the phonological changes of segmented sounds in Chinese and Korean. Chinese Studies, 36, 1-29.

17.

Kim, S. A. (2016). Quantitative approach to L2 rhythm: With specific references to Korean, Vietnamese and Chinese learners of English. Studies in Linguistics, 39, 49-65.

18.

Ladefoged, P. (1975). A course in phonetics. New York, NY: Harcourt Brace Jovanovich.

19.

Laver, J. (1994). Principles of phonetics.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

Lehiste, I. (1977). Isochrony reconsidered. Journal of Phonetics, 5(3), 253-263.

21.

Mok, P., & Lee, S. I. (2008). Korean speech rhythm using rhythmic measures. Retrieved from https://www.cuhk.edu.hk/lin/people/peggy/Mok&Lee_CIL18.pdf

22.

Pike, K. L. (1945). The intonation of American English. Ann Arbor, MI: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23.

Ramus, F., Nespor, M., & Mehler, J. (1999). Correlates of linguistic rhythm in the speech signal. Cognition, 73(3), 265-292.

24.

Seong, C. (1995). The experimental phonetic study of the standard current Korean speech rhythm: With respect to its temporal structure (Doctoral dissert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25.

Song, S. (2015). The prosodic structure of Mandarin Chinese syllable and moraic length. Journal of Chinese Cultural Studies, 28, 413-433.

26.

White, L., & Mattys, S. L. (2007). Calibrating rhythm: First language and second language studies. Journal of Phonetics, 35(4), 501-522.

27.

강식진(2010). 중국어와 한국어의 분절음 음운변동 대조 연구. 중국학, 36, 1-29.

28.

김성아(2016). L2 리듬의 계량화: 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학습자를 중심으로. 언어학 연구, 39, 49-65.

29.

성철재(1995). 한국어 리듬의 실험음성학적 연구: 시간구조(temporal structure)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30.

송시황(2015). 중국어 음절의 운율구조와 음장. 중국문화연구, 28, 413-433.